아내와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께 중국인과 사귄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으실 당시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어머니는 첫 반응이 ‘그게 웬 말이냐?’였으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식 뜻이 그러하다면 받아들일 노릇 아니겠는가?’로, 종국에는 ‘어쩌면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로 입장이 바뀌셨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 또한 교제를 허락하시게 되었다.
아마 부모님은 마흔이 넘어 버린 막내 아들에게 이제라도 찾아 온 결혼 기회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아내 쪽은, 장모님은 ‘아내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셨고, 장인어른은 ‘반대’ 입장이셨다.
아내는 당시 베이징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고향은 중국 서남쪽 스촨성의 ‘이빈’이라는 작은 도시였다.
나는 장인어른의 허락을 받고자 2012년 5월 처가가 있는 이빈으로 아내와 함께 날아 갔다.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비행기로 2시간 걸려 간 후 거기서 비행기로 3시간 걸려 이빈에 도착했다.
나는 아내와 처가를 방문하여 장인·장모님께 큰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장모님은 나를 미소로 맞아 주셨으나 장인어른은 근엄한 표정이셨다.
이내 아내와 장인어른의 대화가 시작이 되었다.
장인어른이 호통치듯이 영문모를 말씀을 하시고, 아내가 또 영문모를 대답을 하는 식의 대화가 전개되었다.
그 와중에 장인어른이 나에게 뭔가 물어 보시면 아내가 영어로 나에게 통역을 해 주고, 내가 그에 대하여 영어로 대답을 하면 아내가 장인어른께 중국어로 통역을 하기도 하였다.
중간에 아내가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쭉 대화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아내가 웃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허락하셨다.’고 말해 주었다.
계속 장인어른이 호통만 치시는 줄 알다가 ‘허락하셨다.’는 아내의 말을 듣자, 나는 이상하게 힘이 빠지면서 기뻤다.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 지면서 장인·장모님께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하였다.
그 다음 날 저녁 아내 가족, 친척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고, 그 분들 모두로부터 사윗감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빈에는 ‘우량이에’라는 아주 유명한 술이 있다. 매우 독하지만 목넘김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명주에 속하는 술이다.
그 날 저녁 나는 우량이에를 장인어른, 처이모부들이 주시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만취상태에 이른 후 처가에서 예약해 둔 인근 호텔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은 전날 그 독한 술을 계속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났고, ‘우량이에가 좋긴 좋은 술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처가에서 소중한 손님 대접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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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아내와의 교제는 계속되었고 결국 같은 해 11월 11일 오전 11시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중국에서는 2013년 2월경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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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시간이 흘러 지금은 2세의 돌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자국에서 그간 일궈 왔던 경력과 사회적 재산들을 모두 뒤로 한 채, 오로지 반려자만을 위하여 전혀 낯선 땅인 한국에서의 생활을 선택해 준 아내에게 무한히 감사한다.
변호사의 위상이 한국에서 경제적 격변기를 맞고는 있다고 하여도 아직 존중받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는데 반하여, 공산당 주도 사회인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람 자체로 이해해 주고 배우자로 택해 준 아내의 순수함을 나는 안다.
나는 지금 나와 아내, 그리고 딸의 미래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하며 힘차게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자 한다. 끝.
※추신 - 저의 결혼 이야기를 영화화하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단역으로라도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열렬히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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