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작은 게스트하우스 2층 침대 3대가 놓여 있는 혼숙 6인실에 여장을 푼 후 나는 택시를 타고 아내가 묵고 있다는 웨스틴 호텔 1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해외여행에서 만난 제3국의 여자가 있는 곳을 향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재회를 한다니, 참 가슴 뛰는 일이었다. 서로 첫 만남에서 잠깐 동안 가벼운 담소를 나눈 것이 전부여서 둘의 관계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내가 내 마음 속에서 단순한 외국 친구가 아닌 여자 - 그것도 호감이 있는 여자 - 임이 분명했기에 나는 내심 일말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사법시험 합격 이후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았는지 모르게 쇄도한 일명 마담 뚜 아주머니들(간혹 아저씨도 있었다.)의 주선 덕으로 맞선을 150여 번 보는 경험을 거친 탓이었을까 한편으로는 담담하기도 하였다.
택시에서 내려 호텔 입구를 바라보니 아내가 거기 서 있었다. 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아내에게 향했고, 우리는 반갑게 재회의 악수를 했다. 그 때 나는 아내의 표정에서 ‘신기하고 쑥스럽다.’ 정도의 감정이 비쳐졌다고 느꼈다. 이내 아내는 나에게 아내 말로는 비싼 저녁 식사를 사 주었고, 우리는 식사 후 길을 걸으며 짧은 데이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내는 그 때 영화 촬영 차 웨스틴 호텔에 묵는 중이며, 그 날 밤 샘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 잠시 짬을 내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 준 것이었다. 그래서 데이트 시간은 길 수 없었는데, 나는 제한된 시간 동안에 아내가 영화 업계에 종사한다는 사실(배우는 아니었고, 영화 제작에 관여하여 여러 관리업무를 보는 것 같았다. 아내의 명함상 직함은 제작감독(Production Director)이었다.) 나보다 12살이나 어리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이윽고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다. 짧은 데이트를 통하여 느껴졌던 아내에 대하여 정리하면 ‘순수하고, 차분하고, 여유롭고, 관대하며, 결단력과 독립심이 있는 사람’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일주일 여정의 베이징 여행 기간 동안 하필이면 아내는 영화 촬영 때문에 매우 바빴고, 그래서 내게 시간을 좀처럼 할애해 줄 수 없었는데, 그 점에 대하여 나에게 매우 미안해 하였다. 그에 대해 나는 ‘당신이 시간을 할애해 주면 고마운 일이고, 그게 어려우면 그만이지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난 혼자서도 해외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정말이다. 걱정마라. 당신이 그렇게까지 배려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대답하였다.
역시나 나는 혼자서 만리장성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코스를 웃통 벗고 종주하기도 하고, 동물원 유리벽 안에서 활력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둥글둥글거리는 팬더를 보기도 하고, 왕푸징 거리에서 지네며 전갈이며, 보기에 진기하고 징그러운 먹거리들 2을 구경하기도 하고, ‘후퉁’이라는 뒷골목을 둘러 보기도 하는 등 베이징 곳곳을 누비며 나름 베이징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아내와 전화 통화를 종종 하였고, 나의 베이징 일정 마지막 날 저녁에는 운좋게 다시 아내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아내는 나를 북경오리집으로 인도하였고, 그 자리에서 나름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헤어져 나는 한국으로 돌아 왔다.
베이징 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는 베이징에서 잘 즐기고 돌아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아쉬움과 겹쳐 아내가 생각났다. 내가 아내에게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조금씩 후회되며 그 이유가 자꾸 분석 대상이 되어 갔다. ‘나이 차이가 극복하기 어려운 정도여서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도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일까?’라는 등의 생각들이 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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