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영어에 어눌한 중국인 남편과 영어를 못하는 중국인 부인, 영어에 유창한 중국인 젊은 여자, 아직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내 타입의 여자,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한 자리를 갖게 되었다.
나는 되도록 내 타입의 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시도했으나, 그녀는 주로 음식을 먹으면서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응’ 정도의 간단한 긍정만 표했고, 대신 유창한 영어로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한 여자가 많은 이야기를 설파하는 양상이 전개되었다. 그러는 사이 앞서 만난 중국인 부부는 영어를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이유로 서서히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걸었다.
아 참, 그리고 나는 결국 내 타입의 여자와 결혼에 이르렀으므로 지금부터는 내 타입의 여자를 ‘아내’, 영어에 유창한 중국 여자를 ‘아내의 친구’로 표시하겠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주로 아내의 친구와 나는 티베트와 중국의 사이에 관한 중국과 다른 나라의 시각 차이 및 그 원인과 바람직한 방향성과 같은 진지한 소재와, 농구, 축구, 기계체조 등 운동 종목에 있어서 한·중·일 3국의 순위와 같은 가벼운 소재를 넘나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경쾌한 대화를 전개하였고, 한편 간간이 내가 아내에게 나의 이야기에 대한 호응을 구하면 아내는 간단하게 호응해 주는 입장을 취하면서 시간이 흘러, 어느덧 우리는 각자의 길로 향할 때를 맞이하게 되었다.
참고로 아내의 친구는 처음에 한·중·일의 순위에 관하여 내가 ‘농구에 관한 한’이라고 말 한 대목은 듣지 못하여 단순히 나라 사이의 순위 비교를 한 것으로 오해하고 ‘내가 자존감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가볍게 의문을 던진 것이었고, 이후 운동에 있어서 순위가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운동을 통한 즐거움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어렵지 않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던바, 그 잠깐의 사소한 오해와 아내의 친구의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나를 아내와 결혼하게 만든 도화선이 되었다고도 보이므로, 지금까지도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여긴다.
헤어지는 시간이 되어 나는 아내의 친구와 간단한 악수를 한 후 아내에게도 악수를 청했고 아내는 이에 응했는데,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내에게 ‘당신이 내 타입이다.’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잡은 손을 오랫동안 놓아 주지 않고 흔들면서 ‘서로가 서로의 동네에 가면 가이드가 되어 주기로 하자.’고 제안하여 허락을 받은 후 명함을 교환하고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떠나 보냈다.
다음 날 오전 나는 부이비엔 거리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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