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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마 후일담 - 2

법 없는 이야기

by 김양환 2015. 1. 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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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 보면 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안목이 턱없이 부족한 채 출마를 감행하여 과정 중에 여러 미숙함을 노정하고 패배한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첫 출마로 당선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첫 출마에 나 정도의 득표율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차곡차곡 준비하여 재도전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들도 많이 해 주셨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의 당부를 차치하고, 현실정치에 대하여 고민스러운 면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현실정치를 하려면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입하여야 한다. 그러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고 나아가 가정에도 불충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본인과 가족에게 큰 슬픔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는 짧은 기간이나마 주말도 반납하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밤 늦게까지 거리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청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는데, 그러고 나서 귀가를 하여 보면 나를 기다리다 지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둘째 현실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공인으로 나선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사에 처신이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러한 점이 속박으로도 다가옴을 부인할 수 없다.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으나, 지난 선거 과정 중에 나는 구 민주당 원로 지역 인사로부터 “소송 때문에 선거운동을 등한히 한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욕을 먹은 후 스스로에게 ‘소송 때문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 한 것이 진정 우리 당원들에게 예의없는 처신은 아니었던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번뇌하며 그 대답을 좀처럼 찾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사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공인의 처신이라는 것이 무겁게 느껴 지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고민들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정치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게 될 경우 나는 현실정치를 계속 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설령 내가 현실정치를 하고자 원해도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인 점도 있다.

 

  경험을 통해 절감한바, 정치인의 길은 종전에 몸담았던 자신의 생업 터전에서 경제적 기반을 확보한 연후에나 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 하면 아무리 양보하여도 선거 과정 중에는 열 일 제쳐 두고 선거운동에만 전념하며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변호사가 소송을 병행하면서 선거운동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즉 우선 내게 경제적 여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치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정리하면 나의 현실정치 참여는 경제적 여건이 전제되고, 앞서 본 고민들을 극복할 더 큰 대의를 찾을 경우 계속될 것이다.

 

  고백하자면 지금도 나는 나의 삶의 터전인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의회 의원의 역할을 수행하여 보람을 얻고 싶은 마음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를 향한 길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신중히 생각하여 현명한 결론을 찾고자 한다.

 

  당분간은 더 공부하고 노력하여 사회와 구성원의 함의에 대한 정확하고 깊은 이해를 찾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시간들을 지나며 위의 모든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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