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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수임료

법 없는 이야기

by 김양환 2019. 6.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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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선임료의 적정한 수준을 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 같다.

 

  이 기회에는 그래도 한 번은 짚어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업계에서는 변호사 한 사람이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소송사건의 수가 최대 30건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일을 하면 30건 정도의 소송 수행 업무를 한 사람의 변호사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최근 어느 통계에 의하면 소송사건 1심이 시작되어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9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위 두 도식을 평면적으로 조합하면, 변호사 한 사람이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근무도 병행하여 1년 동안 최대한 처리할 수 있는 소송 사건이 40건 정도라고 봄직 하다.

 

  다른 한편 변호사 한 사람이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임대료 공유, 직원 공동고용 등 여러 비용분담을 통하여 합리화했을 때 대략 300만원 정도라는 업계의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 한 사람이 합리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할 때 연간 3,600만원 가량이 지출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시 돌아와서 보면, 소송사건 1건의 수임료를 300만원(부가세 제외)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사람의 변호사가 1년간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근무도 하여 얻을 수 있는 수입이 1억2천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거기서 3,600만원을 뺀 8,400만원이 소득세 납부 기준금이라는 계산도 나온다(참고로 300만원은 20년도 더 전부터 현재까지 줄곧 소송 사건 1건에 대한 최소 수임료로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과 견주어 볼 때, 과거 변호사 선임료가 지나치게 고가였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기이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사건 당 300만원의 수임료를 책정한 변호사는 최대한 열심히 일을 했을 때 월 6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거둔다고 계산이 된다(8,400만원을 12개월로 분할하면 700만원이고 거기서 소득세를 공제하면 그렇다.).

 

  현실 속에서 300만원보다 고가의 수임료가 책정되는 사건도 있겠으나, 반면으로는 그보다 저가의 수임료가 책정되는 사건도 오늘날 매우 예외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또한 요즘은 변호사 한 사람이 연간 40건의 소송사건을 수임하기도 어렵다(2016년도 통계상  변호사 1인 당 연 평균 20건의 소송사건을 수임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고,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는 그 수치가 더 낮아 졌을 것임은 익히 짐작이 될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정도의 수입이 변호사에게 적정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젠가 의사인 친구가 나에게 ‘펜대 하나로 일하면서 무슨 수백만원씩 받느냐?’는 말을 한 일이 기억난다.

 

  물론 법률서비스는 사회보험으로 포섭하기 곤란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변호사 선임료가 부담스럽게 다가옴을 이해한다.

 

  그러나 특별사면이라는 아주 예외적인 행위가 아니고는 대통령도 바꿀 수 없는, 개개인에게는 매우 중차대한 의미를 갖게 되는 판결을 향하여, 하나의 사건에 1년이 넘도록 법률을 검토하고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인 변호사의 법률서비스가 저가일 수는 없다는 점도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변호사가 과하게 누리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업계가 너무 척박하다. 이는 변호사 배출 수 증가라는 제도 변화에 연유한 바 크고, 작금에 배출되는 변호사의 다수는 제도 변화의 희생자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일각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변호사 배출에 관한 숫적 제한을 철폐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자격증을 부여함에 숫자 제한이 성질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거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동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공급증가로 인한 부적정한 가격 하락의 문제를 변호사 업계가 어떤 방법으로 자정할 수 있을 것인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변호사 선임료를 일정 금액 이하로 책정할 수 없도록 법이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그러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이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쩌다 기회가 되어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맥락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면, 자주 돌아오는 말이 다음과 같았다.

 

  ‘에이, 그래도 변호사인데...’ ...

 

  결국 이해를 받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곤 하였다.

 

  '자격증이 있으면 그냥 돈이 생기나? 땅을 파면 돈이 나오는가? 일이 맡겨지지 않으면 수입도 없는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위와 같은 내용이 소비자의 변호사 선임료 이해에 일말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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