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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의 성립 구조

법률로 세상 읽기

by 김양환 2015. 2.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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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사인 주진우 기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필자가 재판에 관여한 바 없으므로 재판의 당부에 관한 섣부른 지적은 생략하기로 하고, 위와 같은 명예훼손 사범에서의 유죄 판단 구조에 관하여 살펴 볼까 한다.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는 크게 두 단계를 거쳐 판단된다.

 

  첫째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맥락이 담긴 사실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두었는지를 먼저 판단한다. 이를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구성요건해당성 판단이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는

  ‘①행위자가 한 이야기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맥락이 담긴 사실관계에 관한 이야기인지’

  ‘②그 이야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두어 졌는지’

를 판단한다.

 

  위 ①요건과 관련하여 예컨대 ‘고발당해서 경찰서에 갔다 왔다. 년놈이 신고해서 경찰서에 갔다 왔다. 년은 안 나오고 놈만 나왔다’는 정도의 표현은 분한 감정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그 구체성이 부족해서 요건불비로 귀결된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도696 판결 참조).

 

  또한 행위자가 적시한 것이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파렴치한 놈’이라든지 하는 견해 표시의 성질을 갖는다면 이 또한 명예훼손 요건불비로 귀결된다(그와 같은 표현의 모욕죄 성립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음으로 위 ②요건과 관련하여 예컨대 이혼소송 계속 중인 처가 남편의 친구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남편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가 기재된 서신을 동봉한 경우(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중학교 교사에 대한 과거의 비위를 담은 진정서를 그가 근무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제출한 경우(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190 판결) 등은 그 이야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두어 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 요건불비로 귀결된다.

 

  둘째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맥락이 담긴 사실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의도된 것으로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거나, 설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더라도 성실한 검토를 통하여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최종적으로는 위법하지 않다고 평가되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를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는 상대적으로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데, '명예를 훼손당함으로 입는 개인적 피해와 비교형량하여 더 큰 공공적 이익 추구 의도'라고 할 것으로서, 그 최종적 판단은 법관에게 맡겨 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요컨대 명예훼손죄는 구성요건해당성이 갖춰 지고 위법성조각사유가 없어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다.

 

  법리 정리는 후략하고, 언론에 비춰 진 판결 내용을 보면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나름의 근거에 기반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중대한 기본권으로서 그 보장의 폭에 민주주의의 수준이 비례한다고 할 수 있고, 필자는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고무적이라고 바라보고 싶다.

 

  아울러 위 두 사람에게 독려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너덜거림 속에서도 뼈대를 잃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전하고 싶다.

 

※ 이 글은 고품격 시사주간지 '시사오늘'에 도안과 어체가 변경되어 게시되었습니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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